요즘 대학생은 진짜 노트 필기를 할까?에 대해서 정리해볼게요
– 필기 방식 리서치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풍경이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 앞줄엔 아이패드가 줄지어 서 있고, 중간에는 노트북 자판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이어지며, 뒤쪽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공책을 펴고 펜을 굴리는 사람이 있다. 같은 내용을 듣지만 기록 방식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요즘 대학생은 정말 손필기를 할까, 아니면 전자기기 타이핑이 대세일까?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주변을 찬찬히 보니 “무엇으로 적느냐”보다 **“왜 그렇게 적느냐”**가 더 중요하더라. 아래 내용은 최근 한 달 동안 주변 학생들과 나눈 짧은 인터뷰, 강의 중 관찰, 그리고 내 실험을 묶은 비공식 리서치다. 결과만 미리 말하자면,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가 정답에 더 가까웠다.
1) 무엇으로 적느냐보다, 왜 적느냐가 먼저다: ‘목적’이 방식(도구)을 결정한다
필기를 ‘행동’으로만 보면 도구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필기의 목적이 도구를 고른다. 크게 나눠보면 세 가지 목적이 반복됐다. 첫째, 정보 저장용. 시험이 가까울수록 학생들은 “나중에 보기 좋게 남기기”에 집중한다. 이 그룹은 빠르고 깔끔해야 한다. 그래서 노트북 타이핑이나 **아이패드 필기(정리형)**가 유리하다. 검색성, 복사/붙여넣기, 도형 정렬, 하이라이트 색상 관리 같은 기능이 공부 시간을 크게 줄여 준다. 한 친구 말이 기억난다. “실험 보고서는 결국 문서로 내잖아요. 애초에 전자 문서에서 시작하면 중간 과정이 사라져요.” 정보의 단위가 문장·표·도식이라면 디지털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둘째, 이해·정리용. 개념 사이의 관계, 흐름, 구조를 잡아야 할 때는 손필기가 강했다. 손으로 적으면 속도는 느려지지만, 그만큼 내용을 ‘선택’하고 ‘재구성’하게 된다. 공책이나 아이패드 펜슬로 화살표를 그리고 빈칸을 만들어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타이핑하면 다 받아 적게 돼서, 정작 머리로는 덜 씹어요.”라는 말이 이 그룹의 핵심을 설명한다. 손으로 그리는 순간, ‘내 말’로 바뀐다. 셋째, 아이디어 발산/토론용. 팀 과제나 스튜디오 수업에선 속도와 공유가 동시에 필요하다. 여기선 **디지털 협업 도구(아이패드 + 클라우드 노트, 또는 노트북 + 화이트보드 앱)**가 압승이다. 같은 화면을 보며 포스트잇처럼 아이디어를 붙이고, 실시간으로 가지치기를 하는 방식. 사진, 링크, PDF를 바로 얹을 수 있어 토론의 맥이 끊기지 않는다. “사진 찍어 톡방에 올리자”가 아니라 바로 보이는 곳에 붙이고 움직인다가 된다. 정리하면, 복습·자료화는 디지털, 이해·구조화는 손필기, 공유·협업은 디지털 보드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같은 사람도 수업과 주제에 따라 도구를 바꾼다. 그래서 “요즘은 다 아이패드야”도, “역시 손필기지”도 반만 맞다. 목적에 맞춰 섞는다가 실제 현장에 더 가깝다.
2) 실제 강의실 풍경: 전자 5, 손필기 3, 혼합 2 — 그러나 ‘과목’이 판을 갈라놓는다
숫자만 언급하려는 건 아니지만 체감 비율을 묻는다면, 내가 본 강의실들의 최근 평균은 대략 전자(노트북·태블릿) 5 : 손필기 3 : 혼합 2 정도였다. 그런데 이 비율은 과목과 평가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수식·도식이 많은 과목(공학, 자연계열 기초): 아이패드 펜슬이나 종이 손필기의 비중이 올라간다. 타이핑만으로는 수식과 스케치를 깔끔하게 담기 어렵다. 반대로 과제 제출이 문서 중심이면, 수업 중 손필기 → 수업 후 디지털로 ‘정서(정리 서류)’하는 2단계 방식이 많았다. 즉, 수업은 손, 제출은 디지털. 텍스트 중심 인문·사회과목: 노트북 타이핑이 편하다. 인용, 날짜, 키워드, 페이지 표기를 빠르게 박아넣을 수 있고, 나중에 검색도 된다. 다만 타이핑만 하면 ‘녹취록’이 되기 쉽다. 그래서 많이 쓰는 방법이, 타이핑 중간중간 ‘내 말’로 요약 한 줄을 반드시 끼워 넣는 것. 예컨대 각 단락마다 “오늘 교수님 한 줄 요약:”을 만들어 스스로 멈추는 장치를 두는 식이다. 스튜디오·세미나·토론형 수업: 하이브리드가 정석이다. 진행 메모는 타이핑으로, 흐름 정리나 보드 스케치는 펜으로, 공유는 클라우드 문서로. 발표 직전엔 손필기 사진을 찍어 문서에 붙인다. 요지는 흐름을 끊지 않는 것. 어떤 방식으로든 중간 저장과 동시 공유가 핵심이다. 재미있는 건, 손필기파와 전자파의 ‘불만 포인트’도 극명했다. 손필기는 “가볍고 안정적이지만, 나중에 찾기 힘들다.” 전자 필기는 “찾긴 쉬운데, 집중이 흐트러진다.” 그래서 둘 다 약점을 보완하는 작은 습관을 붙인다. 손필기파는 수업 10분 안에 사진으로 스캔해 태그를 붙여두고, 전자파는 노트 앱을 전체 화면·방해금지로 고정한다. 방식의 문제라기보다, 환경 관리의 문제에 가깝다.
3) 공부가 잘 굴러가는 세팅: 도구보다 ‘루틴’과 ‘후처리’가 점수를 만든다
결국 필기 방식 논쟁은 세팅과 습관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쓰든 다음 동작이 즉시 연결되면 성능이 올라간다. 내가 보거나 시도해 보고 효과가 좋았던 루틴 몇 가지를 적어둔다.
1.90분 강의 = 3막 구조 강의 시간 전체를 받아 적으려 하지 말고, 30분 단위로 끊어 각 막마다 한 줄 요약을 넣는다. 타이핑이면 “Block1/2/3” 제목을 만들어두고, 손필기면 페이지 구석에 네모칸을 그려 “핵심 문장 1줄”만 채운다. 이 한 줄이 나중에 전체를 불러오는 촉매가 된다.
2.손필기 후 10분 ‘디지털 정리’ 수업 끝나고 자리에서 바로 떠나면 기록은 흩어진다. 10분만 더 앉아 손필기를 스캔하고(휴대폰 스캔 앱), 파일명을 규칙화한다. 예: 2025-1_현대사회론_W07_젠더와노동.pdf. 그리고 태그 3개만 붙인다(예: #페미니즘 #노동 #정책). 이 10분이 **‘다시 볼 수 있는 필기’**와 **‘그냥 추억’**을 가른다.
3.전자필기 집중 모드 노트북/태블릿은 유혹이 많다. 그래서 강의 앱·노트 앱 전체 화면 + 알림 차단을 기본 세팅으로 만든다. 링크는 북마크만 하고 열지 않는다. 링크를 열지 않는 대신, 노트 한가운데 **[나중에]**라고 적어 둔다. 복습 시간에만 터치한다. 수업 중 검색은 뇌의 맥을 끊는다.
4.색은 3개만 형광펜 무지개는 보기엔 예쁘지만 인출 효율은 떨어진다. **본문(검정/짙은 회색), 핵심(딱 1색), 질문/오류(빨강)**만 쓴다. 색이 적을수록 나중에 눈이 핵심을 빠르게 집는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펜 굵기는 2개만(본문, 제목).
5.복습은 ‘읽기’가 아니라 ‘재구성’ 복습을 ‘읽기’로 처리하면 다시 잊힌다. 대신 **‘다른 표현으로 옮겨 적기’**를 한다. 2쪽 요약을 10줄로 줄이고, 10줄을 3줄로 압축해 본다. 이때 표·도식·화살표가 유용하다. 이해형 과목은 그려야 기억된다.
6.공유 폴더 운용 팀 과제나 연속 강의는 구글 드라이브/원드라이브에 과목별 템플릿 폴더를 만든다. 00과목/0_Template/주차요약.md 파일을 하나 두고, 매주 그 파일만 복제해 쓴다. 구조가 같으면 복습 속도가 빨라진다. 팀원과 서식 통일을 미리 해두면 나중에 합본이 쉬워진다.
7.시험 전 ‘정서(정리 서류)’ 1회 손필기로 쌓아온 사람은 시험 3~5일 전 전체를 한 파일로 묶어 PDF를 만든다. 반대로 디지털로 쌓아온 사람은 핵심만 손으로 1회 요약한다. 방식은 달라도 목표는 같다. 메모리를 한데 모으고, 자신의 말로 재압축하는 과정이 성적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기기와 앱 추천을 기대했다면 조금 미안하지만, 실제로는 툴보다 루틴이 점수 차이를 벌린다고 느꼈다. 같은 앱이라도 파일명 규칙, 태그 습관, 요약 주기를 갖춘 사람이 훨씬 빨리, 오래 기억한다. 반대로 최고급 기기를 써도 폴더가 뒤엉키고 복습이 없으면 필기는 단지 ‘그때 열심히 했던 흔적’이 된다. 정리해 보자. 요즘 대학생은 손필기도 하고, 노트북도 쓰고, 아이패드도 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가 아니라, 내 과목과 목적에 맞는 방식을 고르는 일이다. 복습·자료화 중심이면 디지털, 이해·구조화 중심이면 손, 협업·공유가 핵심이면 디지털 보드와 클라우드가 맞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구에 신경 쓴 만큼 후처리와 루틴을 챙겨야 한다. 수업 후 10분, 색 세 가지, 블록 요약, 시험 전 정서 1회. 이 단순한 습관들이 필기의 가치를 공부로 바꿔 준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나는 왜 적는가?” 그 답을 알고 나면, 어떤 도구를 고르든 기록은 공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