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방학 만들기에 대해서 정리해볼게
– 나만의 리추얼 주간 루틴 짜보기 회사, 집, 약속 돌리다 보면 “나는 언제 쉬지?” 하는 순간이 꼭 온다. 학생 땐 방학이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선 아무도 그걸 안 만들어준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한 달 휴가 말고, 한 주 안에 작은 방학을 심는 것. 거창한 목표 말고, 짧고 반복 가능한 루틴을 주간 달력에 박아두는 식. 이렇게 바꾸고 나서 에너지가 덜 새고, 주말이 덜 허무해졌다.
1) 시간보다 에너지부터 본다
— “언제 비냐?”보다 “언제 힘이 남냐?”가 먼저 캘린더 빈칸 채우는 건 쉽다. 문제는 에너지다. 칸은 꽉 찼는데 막상 할 때가 되면 기운이 없다. 그래서 순서를 바꿨다. 내 에너지 지도 만들기 지난주를 떠올려서 머리가 제일 맑은 시간, 몸이 제일 가벼운 시간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나는 오전 10-12시가 좋고, 15-16시는 늘 처진다. 할 일 배치 중요한 건 “시간 날 때”가 아니라 “에너지 있을 때” 넣는다. 글쓰기·기획 같은 건 오전으로, 정리·회신 같은 건 오후로. 졸릴 땐 오히려 산책이나 스트레칭 15~30분을 끼워 넣는다. 그게 제일 깔끔하다. 전날에 미리 덜어두기 메뉴, 운동복, 내일 쓸 가방까지 전날 밤에 정리해 둔다. 방학 같은 여유는 대개 전날 준비에서 나온다. 핵심은 간단하다. 시간표보다 에너지 흐름을 먼저 본다. 에너지가 있는 날은 조금 더, 바닥인 날은 최소 단위만 찍고 넘어간다.
2) 한 주에 ‘작은 방학’ 심는 법
— 월일 큰 틀 잡고, 15-60분짜리 리추얼을 고정 이름 붙여서 달력에 박아두면 오래 간다. 내가 쓰는 기본판은 이렇다.
월 | 리셋 20 메일 열기 전에 20분. 지난주 미완료 3개 옮기고, 이번 주 우선 3개 뽑는다. 책상·바탕화면 싹 정리. 월요일에 판을 정리하면 한 주가 덜 흔들린다. 화 | 딥워크 40 오전 에너지 시간에 알림 끄고 40분 한 가지에만. 욕심 금지. 40분만 완주해도 “오늘은 이미 이겼다”는 느낌이 생긴다. 수 | 몸 30 홈트·걷기·스트레칭 중 아무거나 30분. 헬스장 못 가도 상관없다. 포인트는 중단하지 않는 것. 목 | 연락 15 미뤄둔 연락 1건. 한 줄 안부나 감사 메일이면 충분. 관계는 “한 번에 길게”보다 **“자주, 짧게, 꾸준히”**가 낫다. 금 | 회고 20 + 작은 보상 이번 주 배운 것 3, 잘한 것 2, 다음 주로 넘길 것 1. 끝나면 바로 작은 보상 하나. 좋아하는 빵, 플레이리스트 한 곡, 뭐든 즉시. 토 | 취향 60 공부·성과와 무관한 순수 취향 시간. 드로잉, LP, 베이킹, 레고… 목표는 완성이 아니라 흡수. 일 | 세팅 30 세탁 돌리고, 냉장고 비우고, 식단·운동·약속을 캘린더에 미리 박제. 월~금 입을 옷 한 벌 걸어두고 가방·신발도 정해 둔다. 여기에 매일 공통 2개만 얹는다. 스탠드다운 5: 퇴근 직전 5분, 책상·브라우저 비우고 내일 첫 할 일 1개만 남김. 밤 일기 5: 오늘 한 줄, 내일 첫 할 일 1개. 길게 쓰지 않는다. 끝맺음이 목적.
3) 오래 가게 만드는 장치
— 문턱 낮추고, 자동으로 시작되게, 끝은 조금 보상 있게 루틴이 실패하는 이유는 내용이 나빠서가 아니다. 시작 문턱이 높아서다. 1분 스타트 각 루틴의 첫 동작을 1분 버전으로 만든다. 운동은 스쿼트 10개, 딥워크는 알림 끄고 타이머 누르기, 회고는 빈 문서 열고 제목 쓰기. 시작만 되면 보통 1분을 넘긴다. 못 넘겨도 체크는 성공으로 친다. 자동 트리거 의지보다 환경이 빠르다. 헤드폰을 책상 오른쪽 고정 → 헤드폰 쓰면 딥워크 시작. 운동 매트는 아예 펼쳐놓고 산다. 밤 일기 펜은 베개 옆. 보상 루프 “나중에 큰 보상”보다 지금 작은 보상이 잘 먹힌다. 회고 끝나면 티 한 잔, 운동 끝나면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딥워크 뒤엔 10분 산책. 넘어졌을 때 규칙 비우는 날은 당연히 생긴다. 그럴 땐 다음 칸부터. 빼먹은 걸 만회하려고 두 배로 했다가 리듬 깨는 게 더 치명적이다. 보이게 붙여두기 주간 체크박스를 프린트해서 모니터 옆에 붙인다. 앱보다 종이가 더 자주 눈에 띈다. ‘월 리셋20 / 화 딥40 / 수 몸30 / 목 연락15 / 금 회고20 / 토 취향60 / 일 세팅30’ 이 일곱 칸이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루틴은 일을 더 하려고 돌리는 게 아니라 덜 지치려고 돌린다. 그래서 빈칸도 전략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30분이 한 주를 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