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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다이어트 7일

by editor54875 2025. 8. 19.

알고리즘 다이어트 7일에 대해서 작성해볼게 

– 추천 피드 없이 살아보기 플랫폼이 건네는 ‘추천’은 편하다.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도, 다음 콘텐츠가 알아서 올라온다. 문제는 편리함에 몸을 맡기는 순간, 내가 뭘 보고 싶은지보다 무엇을 계속 보게 되는지가 하루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주일만 추천 피드를 끊어보기로 했다. 유튜브·인스타·뉴스 앱의 홈 화면을 닫고, 내가 먼저 찾아가서 골라보는 방식으로 루틴을 바꿨다. 불편은 예상대로였고, 얻는 건 예상보다 컸다.

알고리즘 다이어트 7일
알고리즘 다이어트 7일

1) 준비 – ‘끊는 게’ 아니라 ‘대체 경로를 깔아두는 일’

추천을 막아도 빈자리를 못 채우면 금세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시작 전에 대체 경로부터 깔았다. 홈 화면 비우기 유튜브: 홈·탐색 탭 대신 ‘구독’ 탭만 북마크. 썸네일 차단용 확장(PC)으로 홈을 흰 화면으로. 인스타: 탐색(돋보기) 탭은 사용 금지. DM과 저장된 컬렉션만 접근. 뉴스 앱: ‘랭킹/실시간’ 탭 숨김, 직접 구독한 매체 6곳만 첫 화면에. 구독 리스트 12개 규칙 과식이 문제라면 그릇부터 줄인다. 관심 분야 4개 × 매체 3곳 = 총 12개만 고정했다. 예: 테크(매체 A/B/C), 디자인(D/E/F), 생활/건강(G/H/I), 사회 이슈(J/K/L). 새 구독은 ‘2주 체험 후 편입’ 원칙. 소비 시간 ‘윈도우’ 지정 피드는 아무 때나가 위험하다. 오전 11:4012:00, 저녁 20:3021:00 두 창만 열었다. 나머지 시간엔 피드 진입 금지. 급한 건 ‘나중에 읽기’로 모아 창에서 일괄 처리. 탐색의 도구 바꾸기 검색을 디폴트로. 키워드·저자·발행일로 직접 찾아간다. 유튜브도 제목 키워드 검색 → 길이 5~12분, 업로드 1년 이내로 필터. ‘우연’ 대신 명시적 선택이 기본값. 충동 막는 장치 3가지 휴대폰 홈 화면: 전화/메시지/카메라만 1행에, 나머지는 2페이지로. 브라우저 시작 페이지: 빈 탭. 손이 심심할 때 대신할 것: 종이 메모, 짧은 스트레칭, 물 한 컵. 핵심은 막는 것만으로는 오래 못 간다는 사실. 끊음과 동시에 갈 곳을 열어둬야 유지가 된다.

2) 일주일의 기록 –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가’

Day 1–2 | 공백과 충동 습관적으로 엄지손가락이 홈을 찾는다. 빈 화면을 마주치면 3초 멍해진다. 대신 ‘구독 12’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볼 게 충분하다. 다만 속도감이 확 줄었다. 스스로 고르고, 중간에 멈추고, 다시 고른다. 불편하지만, 이 느린 리듬이 오후의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Day 3–4 | 깊이감의 회복 피드식 소비가 줄자 한 소재에 오래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뉴스 헤드라인 20개 대신 한 기사와 원문 리포트를 끝까지 읽는다. 유튜브도 3분짜리 10개 대신 12분짜리 2개. 묘하게도 피로가 덜하다. 스낵처럼 잘려 나온 정보가 아니라, 서사 하나를 완주해서다. 메모 앱에는 키워드보다 문장이 늘었다.

Day 5 | 대화가 달라짐 주간 창에서 본 글·영상 몇 개를 친구와 공유했는데, ‘짧은 반응’ 대신 이야기가 왔다. “그 논문 요약 본 김에 원문도 봤다” 같은 피드백. 피드가 같으면 반응도 비슷해지고, 서로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취향이 겹치지 않도록 각자 큐레이션을 들고 오는 게 대화에 힘을 줬다.

Day 6 | 일의 리듬 오전 몰입 블록(50분)을 2회 돌렸는데, 중간에 피드가 끼어들지 않으니 태스크 전환 비용이 크게 줄었다. 오후 4시쯤 흔히 오던 ‘허기’ 같은 피로가 적다. 뇌가 자극을 덜 탐한다. 빈 시간엔 의식적으로 짧은 산책으로 전환.

Day 7 | 요약과 유지안 일주일을 묶어 보니, 추천을 끊었다기보다 선택권을 돌려받은 느낌이 정확했다. 대신 유지 가능한 현실 버전이 필요했다. 아래는 내가 정리한 운영안.

3) 운영안 – 무리 없이 오래 가는 ‘현실 버전’

12 고정, 3 순환

‘구독 12’는 고정하고, 매달 3개만 시험 편입. 들어오는 건 반드시 나가는 게 있어야 한다. 총량을 지키는 게 유지의 핵심.

주간 브리핑 2회

화·금 저녁 20:30~21:00에 일괄 소비. 링크는 그때만 연다. 즉시 반응 줄이고, 정리 후 공유를 원칙으로. 공유는 “링크+한 줄 논점”으로 요약해서 보낸다.

검색을 디폴트로

모든 탐색은 검색에서 시작. 키워드(2~3개) + 기간 필터(1년) + 출처 제한(공식/저자). 피드는 검증 없는 확률, 검색은 명시적 탐색이다. 둘의 품질 격차가 쌓이면 하루가 달라진다.

피드 없는 시간대 고정

아침 9–11시, 오후 2–5시는 피드 금지. 이 구간은 생산/학습 전용으로 묶는다. 빈 시간은 스트레칭·정리·산책으로 메우고, 스낵 뉴스는 아예 저녁 창에서만.

월말 청소

한 달에 한 번, 구독 12를 점검한다. “지난 30일, 이곳에서 건진 문장/아이디어가 있었나?” 없다면 교체. 좋아서가 아니라 나를 바꾸는가가 기준.

‘무작위’는 따로 즐긴다

완전한 금지는 오래 못 간다. 토요일 오후 30분은 허용된 랜덤 시간으로 열어 둔다. 재미는 채우되, 평일 리듬은 지킨다.

얻은 것

집중의 길이와 질. 대화의 밀도(서로 다른 큐레이션이 만날 때 생기는 이야기). 하루의 ‘끝맺음’ 감각(일괄 소비 후 정리/공유).

잃은 것

신작·밈의 속보성. (대신 주간 브리핑에 모여 들어온다) ‘멍때리며 스크롤’의 간식성. (산책과 물로 대체)

마무리

추천은 편리함의 다른 이름이지만, 편리함이 계속되면 선택의 감각이 무뎌진다. 일주일의 알고리즘 다이어트로 느낀 건 단순했다. 피드를 끊는 건 금욕이 아니라 리듬의 회수다. 무엇을 볼지, 언제 볼지, 어떻게 끝낼지. 주간 창, 구독 12, 검색 디폴트—이 세 가지만 지켜도 하루가 훨씬 단정해진다. 덜 떠다니고, 더 머문다. 그동안 흘러가던 시간이, 내 쪽으로 천천히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