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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소리 채집하기 – ‘내 동네’만의 배경음 기록 프로젝트

by editor54875 2025. 7. 25.

도시의 소리 채집하기 – ‘내 동네’만의 배경음 기록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아볼게 

도시는 매일 같은 풍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얼굴을 바꿔요. 사람들이 오가고, 차가 지나가고, 상점 문이 열리고 닫히고, 그 모든 변화는 '소리'로 먼저 느껴져요. 하지만 우리는 평소에 그걸 잘 인식하지 못하죠. 바쁜 일상 속에서 귀는 점점 더 닫히고, 소리는 배경처럼 스쳐가기만 해요. 어느 날, 유튜브에서 ‘도시 소리 ASMR’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뉴욕 지하철 소리, 도쿄의 횡단보도 소리, 파리의 카페 소리. 그걸 듣는데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생각했죠. “내가 사는 동네도, 누군가에겐 특별한 소리일 텐데.” 그날부터 저는 작은 실험을 시작했어요. ‘우리 동네 소리를 기록해보자’는 생각이었죠.

도시의 소리 채집하기 – ‘내 동네’만의 배경음 기록 프로젝트
도시의 소리 채집하기 – ‘내 동네’만의 배경음 기록 프로젝트

동네는 ‘소리’로 기억된다

제가 사는 동네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소도시에요. 평범한 골목과 오래된 아파트, 작은 상가들이 모여 있는 동네. 그곳을 스마트폰 녹음기를 켠 채 걷기 시작했어요. 하루 중 가장 먼저 들은 건 새벽 6시 50분쯤 들려오는 노인정 앞에서 들리는 “하나, 둘, 셋, 넷!” 건강체조 구령소리였어요. 그 소리는 낮에는 들리지 않아요. 오직 새벽에만요. 7시 30분쯤에는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요. 발걸음 소리, 우는 아이, 엄마의 “조심해서 가~” 하는 목소리. 10시쯤이 되면 카페에서 커피머신이 우웅~ 하고 작동해요. 점심엔 김밥집 철판에서 ‘지글지글’ 소리. 오후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붕’ 하고 골목을 통과해요. 그렇게 하루 동안의 소리를 녹음해서 듣다 보니, 동네의 하루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어떤 시간에 어떤 소리가 있는지, 소리만 들어도 시간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였죠. 이게 참 신기했어요. 같은 공간인데도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었어요. 우리가 보통 ‘풍경’으로 기억하는 도시지만, 사실은 ‘소리’로도 그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어요.

나만의 도시 ASMR

만들기 몇 주간 녹음을 하다 보니 소리가 쌓였어요. 그걸 그냥 두긴 아까워서, 짧게나마 직접 편집해서 ‘도시 ASMR’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순서를 나눠봤어요. 아침 편: 신문 배달 소리, 건강 체조, 커피 머신, 출근 발걸음 점심 편: 분식집 환풍기 소리, 버스 지나가는 소리, 택배차 저녁 편: 퇴근길 대화, 아파트 엘리베이터 띵동, TV 소리 밤 편: 고양이 우는 소리, 바람소리, 멀리서 들리는 노랫소리 이걸 편집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내가 사는 이 동네도, 소리만 모아도 꽤 감성적인 콘텐츠가 된다는 것. 특히 밤에 누워서 내 동네 소리를 이어폰으로 듣고 있으면 마치 ‘나만의 작은 다큐멘터리’를 듣는 기분이 들어요. 그동안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던 하루가 조금 더 특별해지고, 기록된다는 느낌이랄까요?

도시를 새롭게 인식하는 방법

우리는 자주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 순간을 글로 쓰거나 영상으로 찍죠. 하지만 ‘소리’를 기록한다는 건 아직 익숙한 방식은 아니에요. 그래서 더 특별한지도 몰라요. 소리를 듣는다는 건 공간을 다르게 인식하는 방법이에요. 시끄럽기만 했던 도시가 어느 순간 리듬감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고, 그 리듬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나만의 감정을 얹게 돼요. 예를 들어, 분주한 시장통의 소리를 듣다 보면 그 안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느껴지고, 텅 빈 밤거리를 걷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혼자여도 덜 외로운 기분이 들어요.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처럼 나를 감싸는 감정의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그릇을 기록하고, 나중에 다시 꺼내 듣는 일은 어쩌면 사진보다 더 생생한 기억을 불러올 수도 있죠.

마무리하며 도시는 늘 바쁘고 시끄럽고 복잡하죠. 그래서 우리는 그 안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점점 무감각하게 흘려보내요. 하지만 그 소리들 하나하나에는 사람들의 움직임, 감정, 리듬,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소리를 듣는다는 건 그 공간을 느리게, 깊게, 새롭게 마주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 기록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도시 사운드 다이어리가 될 수 있어요. 오늘은 한번 녹음기를 켜보는 게 어떨까요?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귀를 열어보세요. 의외로 멋진 소리들이 당신 일상 속 곳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